
본전만 찾으면 감사하겠다던 마음은 수익이 생기자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였다. 회사에서 출고되는 제품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거래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느 회사로 물건이 많이 나가는지, 어느 곳은 주문이 줄어드는지 출고량만 보아도 대략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요즘 이 회사는 많이 바쁘구나.’ ‘여기는 주문이 조금 줄었네.’ 업무를 하며 거래처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이 제법 흥미로웠다. 그러다 우연히 거래처 중 한 회사의 주식도 알게 되었다. 마침 5월에는 반도체 관련 종목들이 크게 오르고 있었다. 뉴스에서도 연일 좋은 전망이 이어졌고, 주변에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 역시 마음이 흔들렸다. ‘한번 해볼까.’ ‘아니면 그냥 지켜볼까.’ 한동안 고민이 이어졌다.
내가 사면 내려가던 첫 번째 경험
주식 투자가 처음은 아니었다. 5년 전에도 소액으로 주식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직접 경험하며 배워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당시 아주 특별한 배움 하나를 얻었다. 내가 사면 주가는 내려가고, 내가 팔면 주가는 오른다는 것이었다. 물론 우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느낄 만큼 매수와 매도 시점이 절묘하게 엇갈렸다. 내가 주식을 사면 기다렸다는 듯 파란불이 들어왔고, 오래 버티다 팔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빨간불로 바뀌었다. 당시의 기억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다시 같은 경험을 하게 될까 걱정되었고, 괜한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대를 품고 들어간 자리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조금 큰 금액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돈일 수 있지만, 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금액이었다. 여윳돈도 아니었다. 소액이지만 대출을 받아 시작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부터 이미 마음의 부담을 품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기대가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 올랐으니 조금 더 오르지 않을까.’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보며 더 오를 가능성을 생각했다. 뉴스에 좋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고, 회사의 출고량도 꾸준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작은 정보들이 투자에 대한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은 내가 기대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 날부터 파란불이 들어왔다
투자를 시작한 다음 날부터 주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파란불이었다. 처음에는 잠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다시 오르겠지.’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손실은 점점 커졌다. 10퍼센트. 20퍼센트. 숫자가 내려갈수록 마음도 함께 가라앉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보다 마음이었다. 여윳돈으로 시작했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출을 받아 시작한 투자였기에 부담감은 훨씬 컸다.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갚아야 할 돈이 함께 떠올랐다. ‘괜히 시작했나.’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닐까.’ ‘조금 더 기다리면 회복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주식 화면을 열어보는 횟수가 늘어났고, 숫자 하나에 기분이 달라졌다. 그때부터 투자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을 흔드는 마음의 문제가 되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몸도 지쳤고,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을까. 왜 내가 하는 일마다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주식에서 시작된 답답함은 어느새 삶 전체에 대한 생각으로 번져갔다. 그 시기에는 블로그도 잠시 쉬고 있었다. 글을 쓰는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마음의 여유도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가의 하락보다 내 마음이 더 깊이 내려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투자의 숫자 하나가 하루의 감정과 나 자신에 대한 평가까지 흔들고 있었다.
본전만 찾으면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7월 1일 오전이었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가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내가 투자했던 금액까지 회복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그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하나였다. ‘본전만 찾으면 바로 나오자.’ 수익을 얻고 싶다는 마음보다 손실 없이 끝낼 수 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그동안 얼마나 그 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돈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투자할 때는 수익을 기대했지만, 손실의 시간을 지나온 뒤에는 본전이 목표가 되어 있었다. 사람의 기준은 상황에 따라 그렇게 달라졌다.
본전을 찾자 욕심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참 신기하면서도 간사했다. 본전을 회복하자 새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어떨까.’ ‘여기까지 기다렸는데 조금만 더 있어볼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본전만 찾으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본전을 회복하자 그것만으로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결국 조금 더 기다렸다. 다행히 주가는 더 올랐고, 약 10퍼센트 정도의 수익이 생겼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매도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감사하게 마무리하자.’ 매도 버튼을 누른 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한 달 동안 이어졌던 긴장과 걱정에서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적어도 그 순간까지는 그랬다.
내가 팔자 빨간불이 더 강해졌다
매도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주가가 갑자기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오르는 정도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상승 폭이 커지더니 35퍼센트 가까이 올라갔다. 그 화면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 조금만 더 기다릴걸.’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10퍼센트의 수익에 만족하고 있었다. 한 달 동안 마음고생을 하고도 손실 없이 수익까지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런데 더 오른 숫자를 바라보는 순간 만족은 사라지고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가 얻은 수익보다 얻지 못한 수익이 더 크게 보였다. ‘내가 살 땐 파란불, 내가 팔 땐 빨간불.’ 5년 전에 느꼈던 농담 같은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도 내가 팔고 나자 주가는 기다렸다는 듯 더 강한 빨간불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사람의 욕심이 얼마나 끝없이 이어지는지 다시 느꼈다. 손실이 커질 때는 본전만 찾기를 바랐다. 본전을 회복하자 작은 수익을 기대했다. 수익을 얻고 나자 더 큰 수익을 놓친 것이 아쉬워졌다. 만족의 기준은 계속 뒤로 밀려났다. 처음에는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높은 숫자를 보는 순간 내가 얻은 것보다 놓친 것이 먼저 보였다. 이런 마음은 주식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월급이 오르면 더 높은 월급을 바라게 되고, 작은 성과를 얻으면 더 큰 인정을 기대한다. 하나를 이루면 잠시 기뻐하지만 곧 다음 목표를 바라본다. 성장하기 위해 더 나은 것을 꿈꾸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가진 것의 가치를 잊은 채 계속 더 많은 것만 바라본다면 만족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과를 알고 난 뒤의 후회는 쉽다
만약 그날 조금 더 기다렸다면 정말 더 큰 수익을 얻었을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30분 뒤 주가가 더 크게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반대로 매도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다시 내려갔을 수도 있다. 주가가 크게 오른 뒤 더 오를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기다렸다면, 결국 수익을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를 알고 나서 하는 후회는 언제나 쉽다. 이미 지나간 그래프를 바라보면 가장 낮은 곳에서 사고 가장 높은 곳에서 팔 수 있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순간에는 어디가 저점이고 어디가 고점인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날의 나는 한 달 동안의 손실을 견딘 뒤 원금을 회복했고, 일정한 수익을 얻은 상태에서 매도를 선택했다. 내가 가진 정보와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범위 안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서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나는 단기간의 수익을 바라보며 매일 숫자에 마음을 졸이는 투자보다, 꾸준히 일하고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는 삶이 더 잘 맞는 사람이었다. 주가가 내려갈 때마다 불안해하고, 작은 움직임에 하루의 기분이 달라지는 삶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수익을 얻었음에도 더 큰 수익을 놓쳤다는 이유로 아쉬워하는 내 모습도 바라보게 되었다. 앞으로 투자를 전혀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역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배우고 이해해야 할 영역일 수 있다. 다만 감당하기 어려운 돈을 사용하거나 마음의 평안을 잃을 만큼 무리해서 욕심을 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수익의 크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먼저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싶다. 돈을 얻기 위해 시작한 일이 일상과 마음까지 빼앗는다면, 그것은 내게 맞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얻은 것보다 놓친 것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처음 바라던 것을 얻고도 더 큰 결과와 비교하며 만족을 잃은 적은 없는가.
결과를 알고 난 뒤 과거의 선택을 지나치게 후회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욕심내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얻는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돈보다 더 큰 것을 얻었다. 욕심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리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내가 팔고 난 뒤 주가가 더 올랐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더 많은 수익을 얻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미 한 달 동안 바라던 본전을 회복했고, 감사하게도 일정한 수익까지 얻었다. 그 사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삶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얻은 것과 내가 놓친 것을 계속 바라보면 지금 가진 행복은 쉽게 작아진다. 반대로 내가 선택한 이유를 돌아보고, 얻은 것에 감사할 수 있다면 아쉬움 속에서도 마음을 지킬 수 있다. ‘내가 살 땐 파란불, 내가 팔 땐 빨간불.’ 처음에는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농담처럼 느껴졌던 문장이 이제는 욕심을 돌아보게 하는 말이 되었다. 앞으로도 모든 선택을 가장 완벽한 순간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조금 일찍 포기할 수도 있고, 조금 늦게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내가 충분히 고민하고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면, 지나간 결과 앞에서 나를 지나치게 탓하지 않으려 한다. 더 많이 얻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무사히 경험을 마쳤다는 감사함을 먼저 기억하고 싶다. 7월의 시작은 그렇게 또 하나의 인생 공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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