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협상을 두고 워싱턴과 테헤란이 정반대의 말을 내놓는다. 트럼프는 이란이 먼저 대화를 청했다고 하고,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진실은 어디쯤 있을까. 미국·이란 전쟁 다섯 달, '협상이냐 전쟁이냐'의 갈림길에 선 지금의 국면을 정리한다.
멈춘 폭격, 멈추지 않은 긴장
2026년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다섯 달을 넘겼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주말, 예고했던 대규모 공습을 접었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카타르 등 걸프 동맹이 합의가 임박했다며 자제를 요청한 결과다. 다섯 달 넘게 닫힌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어서, 유가와 물가를 줄곧 뒤흔들었다. 그러나 폭격이 멈춘 자리에, 이번엔 말의 공방이 들어섰다.
트럼프 "합의 아니면 완전 항복"
트럼프는 이란이 먼저 대화를 청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애원에 가까웠다고도 했다. 그는 이번 협상을 이란의 마지막 기회로 규정하며, "합의 아니면 완전 항복"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못 박았다. 미 해군의 항구 봉쇄를 강철의 벽에 빗댄 그는, 협상이 해협 개방과 비핵화 두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화가 실패하면 '참수'에 준하는 타격이 뒤따를 수 있다고까지 위협했다. 반면 테헤란은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부인한다.
테헤란 "우리는 오만과 말한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미국이 아니라 오만과 대화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초점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로 합의라고 했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영토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으로 맞설 준비가 됐다면서도, 전쟁의 확대는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8월 4일, 미 재무장관 베센트는 "오늘내일 해협 합의가 가능하다"며 낙관론을 폈다. 반면 트럼프는 해협이 이미 미 해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반박했다. 이런 발언들에 국제 유가는 하루에도 몇 퍼센트씩 오르내렸고, 같은 무렵 오만 앞바다에서는 선박 한 척이 피격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같은 탁자, 정반대의 말
한쪽은 협상이 진행 중이라 하고, 다른 쪽은 그런 협상은 없다고 한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말이 오가는 사이, 공동의 지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말의 안개는 짙지만, 군사 선택지는 여전히 탁자 위에 놓여 있다. 봉쇄는 여태 풀리지 않았고, 협상 구도의 윤곽도 흐릿하다. 다섯 달의 전쟁이 지금까지 남긴 것은 분명한 승패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반복하는 두 목소리다. 이것이 진짜 협상인지, 서로를 겨눈 심리전인지는 머지않아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