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250화 인생에 공짜가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예상’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예상인지

실제로 받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조건이 있는지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가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알고 있다는 것과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은 다른 일인가 보다.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고 여러 번 글로 써놓고도, 나는 23,000원을 내고 같은 사실을 다시 배웠다.

나는 블로그와 칼럼을 통해 종종 이런 말을 했다.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너무 쉽게 얻어지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름 삶의 진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번 글로도 남겼고,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놓고도 나는 또 한 번의 경험을 통해 같은 사실을 배웠다. 이번 배움에는 작은 수업료도 들었다. 23,000원이었다.

 

365,550원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두 달 전이었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알림 하나가 도착했다. 지난 병원비 가운데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을 대신 찾아 환급 절차를 진행해준다는 내용이었다. 확인해보니 14곳에서 예상되는 환급액은 총 365,550원이었다. 숫자가 꽤 컸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대행 수수료로 78,800원을 먼저 결제해야 했다. 잠시 고민했다. ‘수수료를 빼더라도 이 정도면 괜찮은데?’ 솔직히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다. 정말 36만 원이 넘는 돈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평소 사용하던 앱이었고, 직접 여러 병원과 약국을 찾아다니며 서류를 발급받는 수고까지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조건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 눈에는 78,800원보다 365,550원이라는 숫자가 더 크게 들어왔다. 결국 결제 버튼을 눌렀다.

 

실제로 누군가는 움직이고 있었다

전체 절차에는 1~2개월, 길게는 3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했다. 결제를 마치자 담당자가 배정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병원과 약국을 방문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내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대행업체에서 서류 발급을 요청했는데 맞으신가요?” 나는 내가 직접 신청한 것이 맞다고 답했다. 그런 전화를 받으니 안심도 되었다. 실제로 누군가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병원과 약국을 찾아다니고 있었고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아 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래,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렇지 진행되고 있구나.’ 그렇게 기다렸다.

 

3,000원, 5,000원, 그리고 500원

얼마 뒤 보험회사에서 돈이 입금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가웠다. 드디어 환급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입금된 금액을 확인하면서 조금씩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3,000원. 5,000원. 어떤 곳은 500원. 입금 알림은 계속 오는데 대부분 만 원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처음 안내받았던 365,550원이라는 숫자와는 차이가 컸다. ‘아직 남아 있으니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곳씩 진행되고 있으니 나중에는 조금 큰 금액도 들어오겠거니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최종 결과를 확인해보니 상황은 기대와 달랐다. 14곳 가운데 9곳에서 환급이 이루어졌고, 나머지 5곳은 폐업 등의 이유로 확인이 어려웠다. 실제로 보험사에서 받은 금액은 약 48,000원. 여기에 진행되지 못한 일부 비용 약 7,000원이 결제 취소되어 내가 돌려받은 금액은 약 55,000원이었다. 처음 결제했던 78,800원과 비교하면 약 23,000원이 부족했다. 잠시 숫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365,550원은 어디로 간 거지?’

 

처음에는 23,000원을 돌려받고 싶었다

처음에는 남은 금액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볼까 생각했다. 앱에는 예상 환급액과 실제 지급액의 차이에 따른 수수료 환불 기준도 안내되어 있었다. 문의해볼 수도 있었다.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절차를 밟으면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또다시 문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담당자들이 실제로 병원과 약국을 찾아다니며 업무를 진행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직접 했다면 시간을 내어 여러 곳에 연락하거나 방문하고 서류를 준비해야 했을 일이다. 결국 나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23,000원이 아깝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당연히 아까웠다. 다만 이미 지나간 일을 계속 붙잡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이번 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23,000원어치 또 배웠네.’

 

인생에는 역시 공짜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36만 원이 넘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숫자를 처음 보았을 때 나도 의심했다. ‘정말 이만큼 받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을 분명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럼에도 결제했다. 왜였을까. 아마 마음 한편에 이런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저 정도가 들어오면 괜찮은데.’ 의심보다 기대가 조금 더 컸다. 76,800원을 결제하면 365,550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숫자가 마음을 움직였다.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던 나도 막상 내 앞에 기대하게 만드는 숫자가 나타나니 흔들렸다. 그 사실이 조금 우습기도 했다.

 

안다는 것과 행동한다는 것은 달랐다

나는 ‘인생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을 처음 깨달은 사람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도 한두 번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글로도 썼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 중 하나라고 여겼다. 그런데 알고 있는 것과 실제 상황에서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좋은 문장을 알고 있어도, 아무리 옳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막상 내 앞에 달콤한 선택지가 놓이면 마음은 흔들릴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사람은 같은 것을 여러 번 배우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 깨달았다고 평생 그대로 살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았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반복해서 확인하고, 실수하고, 다시 기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배움의 값 23,000원

그 이후 나는 해당 앱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그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 서비스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담당자가 실제로 움직였고 업무를 진행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다만 나에게는 이번 경험이 그 서비스를 다시 바라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3,000원을 돌려받지 못한 돈으로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한번 몸으로 배운 값. ‘배움의 값 23,000원.’ 그렇게 이름을 붙여보았다. 물론 가능했다면 내지 않는 편이 좋았을 수업료다. 그래도 이미 지불했다면 적어도 무엇 하나는 제대로 배우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돈만 잃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보다 경험 하나라도 남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알면서도 다시 흔들린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언제나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알고 있어도 기대할 수 있고, 의심하면서도 선택할 수 있으며, 전에 배운 것을 순간적으로 잊을 수도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번 일을 겪었다고 해서 앞으로 모든 선택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 무언가가 너무 쉽게 얻어질 것처럼 다가온다면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에는 적어도 한번쯤 이번 일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기천아, 지난번에도 배웠잖아.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 그 한마디가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준다면 23,000원의 수업료가 완전히 아깝지만은 않을 것 같다.

 

쉽게 얻는 것보다 확인하는 습관

이번 경험을 통해 모든 좋은 제안을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실제로 유용한 서비스도 많고 내가 직접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해주는 대가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당연하다. 문제는 기대가 커질수록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상이라는 말보다 금액을 먼저 보고, 조건보다 결과를 먼저 상상하고, 가능성보다 기대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그래서 다음에는 조금 더 천천히 확인하고 싶다. ‘예상’이라는 말은 어디까지 예상인지. 내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무엇인지. 실제로 받지 못할 경우에는 어떤 조건이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 ‘기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가.’ 그 질문까지 해본 뒤 선택한다면 결과가 달라도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허탈할 것 같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경험을 통해 다시 배운 적은 없는가.

큰 이익이나 좋은 조건이 보일 때 불리한 조건을 충분히 살펴보고 있는가.

최근 지불했던 ‘배움의 값’이 있다면 얼마였고,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같은 상황을 다시 만난다면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해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결국 아는 것보다 살아내는 것이 어려웠다

나는 인생에 공짜가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글로도 썼다. 나름대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23,000원을 내고 다시 배웠다. 그래서 조금 우습다. 그렇게 이야기해놓고 또 흔들렸다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사람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알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렇게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배웠다고 해서 다시 실수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알면서도 흔들리고, 실수하면서 다시 생각하고, 같은 사실을 조금 다른 경험으로 반복해서 배운다. 그래서 이번 일을 후회로만 남겨두고 싶지는 않다. 36만 원이 넘는 예상 환급액에 기대했던 나도 기억하고, 조금 의심하면서도 결제했던 나도 기억하고, 500원, 3,000원, 5,000원의 입금 알림을 바라보며 당황했던 나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23,000원도 기억해두려 한다. 다음에 또 무언가가 지나치게 쉽게 얻어질 것처럼 다가오는 순간, 스스로에게 한마디 건넬 수 있도록. ‘기천아, 지난번에도 배웠잖아. 인생에 공짜는 없다고.’ 물론 그때의 내가 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23,000원만큼 더 배웠다. 그러니 아주 조금은 달라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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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30 10:47 수정 2026.09.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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